눈먼 시계공 (The Blind Watchmaker)

 
<고 아시모프 옹의 추천사>
독창적이고 생동감 있는 훌륭한 책. 진화론의 세부 사항을 확신을 가지고 해설하였고, 창조론자라는 석기 시대인들이 제기하는 모든 의문점에 대해 논리적으로 답해 주었다. – Isaac Asimov

난 창조론 따위 신경쓰지 않았는데,
지들끼리 뭘 믿건 말건 나하고는 상관 없으므로.
요즘은 돈과 권력을 등에 업은 창조론 주장 종교가 초중고 교과서에까지 진화론과 대등하게 창조론을 위치시키려 하거나 최소한 진화론을 빼버리려는 시도가 있어서 자증이 솟아오른다.
하여간 이 쉐이들 오지랖은…

빛이 있으라~! 해서 빛도 생기고 뭣도 생겼다는
속편한 설명을 믿을만큼 순수하지는 못한 관계로.
진화에 대해서 이리 저리 생각을 해본 나를 괴롭혔던 것은
“이거 진화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라는 것.

인간의 일생을 100년정도로 생각하고 이게 몇초인가를 계산해보면 31억초가 좀 넘는다.
지구에 최초로 생명이 발생한 시기를 36억년전 정도로 잡고 있는데…
인간과 지구 시점의 시간 스케일은 완연히 다른데
인간의 1초와 지구의 1년을 대응시켜 생각해보면 대~충 맞는다!
(5억년정도는 가볍게 무시해주시는 이 대범함! ㅡ_;; )

그렇다면 인간의 일생에 해당하는 100년 – 31억초. 지구의 35억년.
이 동안에 이 무시무시한 진화가 이루어졌다는게…?
나 혼자 앉아서 생각해봤을땐 눈이 핑핑 돌아가는 속도.

호모사피엔스가 출연한 것을 20만년전이라 하면
0.002초 동안 돌 가지고 우가우가~! 하다가 지금 상태까지 온걸 보면
거참 지구에서 어마어마하게 다이나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게 실감이 ㄱ-

이런 혼란을 “누적 선택”이라는 설명으로
한방에 해결시켜준 정말 고마운 책.

Science Is Culture에서 Tom Wolfe가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에 관한 PR맨일 뿐이다..
라는 식으로 폄훼하긴 했지만.
여보세요! 누군가는 나같은 일반인 대상으로 열심히 PR을 해줘야 한다구요!?
나로서는 고맙기만 합니다. 도킨스 옹!

 


다윈주의와 관련된 고충 중 하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다윈주의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 원숭이 또는 아무렇게나 글자를 치도록 프로그램된 컴퓨터가 원하는 문장을 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우주의 나이와 비교하면 우주의 나이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수이다.
– 반면에 컴퓨터가 무작위적으로 그러나 누적적인 선택으로 같은 일을 수행할 때 걸리는 시간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 즉 짧으면 11초, 길면 점심 먹는 데 걸리는 시간정도이다.
이렇듯 (비록 작기는 하지만 매번의 개선이 미래를 건설하는 기초가 되는) 누적적인 선택과 (매번 전혀 새로운 시도를 하는) 1단계 선택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만약 1단계 선택에 의존해야 했다면 진화는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눈먼 힘이 누적적인 선택의 필요조건을 충족시켜 주었다면 진화 과정은 실현 가능한 것이다.

– 유전자의 성질은 그들이 자리 잡은 신체의 발생 과정에 참여했는가 하지 않았는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신체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다음 세대로 전해질 가능성이 영향을 받는다.
– 번식이 발생을 통해서 유전자의 값을 다음 세대로 전하며 또한 발생 과정 동안 성장 규칙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제외하면 두 과정은 서로 독립되어 있다.

모든 체세포가 똑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체세포들의 형태가 기능이 천차만별인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체세포들이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모양과 행동을 보이는것은 세포마다 다른 유전자들이 ‘읽히기’때문이다. 특정한 유전자들만 읽고 나머지는 무시해버린다.

– 종의 DNA 운영 체제가 몹시 오래된 것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디스크 파일을 갖춘 컴퓨터와 흡사하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 그 증거는 ‘인트론’‘엑손’이라는 흥미로운 유전자 형태에서 찾을 수 있다. 연속적으로 읽히는 DNA문자열의 한 소절인 1개의 유전자는 한 곳에 모두 저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10여년에 걸친 연구 결과 밝혀졌다.
– 또 다른 증거는 염색체에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지만 상당한 의미를 가진 낡은 유전적 문자열이 흩어져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화석유전자, 단편)

박테리아의 경우에 계속된 제곱으로 만들어진 막대한 수의 세포는 뿔뿔이 흩어져 서로 다른 길을 간다. 가령 아메바와 같은 원생생물 등의 진핵 세포들에서도 이와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진화의 측면에서 이루어진 큰 진전은 연속적인 분열을 통해 만들어진 세포가 독립적으로 분리되기 보다는 함게 결합되었다는 사실이다.

비록 ‘장비’면에서는 큰 진화적 진전이 있었더라도 ‘성공률’ 변화는 0이라는 원리에는 미국의 생물학자 리 반 밸런이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effect)’라는 쉬운 명칭을 부여했다.

우리는 동물이 수정란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해 거의 아무런 사실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전자가 청사진보다는 요리법 쪽에 훨씬 가깝다는 암시는 매우 강력하다. 사실 이 요리법 비유는 상당히 적절한 셈이다. 반면 청사진의 비유는 충분한 고려 없이 초등 교과서, 그것도 최근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지만 거의 모든 점에서 잘못된 비유다. 배아 발생은 하나의 과정이다. 그것은 질서 정연한 순서에 따라 일어나는 사건이며, 그 과정에 수백만이라는 단계가 포함되고 ‘요리’의 서로 다른 여러 단계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케이크를 굽는 순서와 흡사하다. (…) 어느 특정 세포가 그 세포안에 들어있는 유전자에 의존해 행동하지 않고 그 세포 속에서 유전가의 부분 집합에 스위치가 켜지는 것을 통해 작동할 수 있는 이유는 몸의 세포가 모두 동일한 유전자 집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발생 중의 어느 시점이든, 발생중인 몸의 어느 장소든 극소수 유전자의 스위치밖에 켜지지 않을 것이다. 배아의 장소가 다르거나 발생 시기가 틀리면 스위치가 켜지는 유전자의 부분 집합 역시 달라질것이다.

돌연변이는 무작위적이야. 그렇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그 동물에게 무엇이 유리한지 미리 알 수 없다는 의미에서 무작위적이라는 뜻이지. 절대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야.

진정한 다윈주의자라면 비록 어느 염색체의 어느 유전자가 언제든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해도, 그 돌연변이로 인해 몸이 받는 결과는 배아 발생의 과정에 엄격하게 제약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 여러분은 등 한가운데 날개가 나도록 관여하는 돌연변이를 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날개라는 장치는 발생 과정이 그거을 허용할 때에만 진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무엇도 마술처럼 날개를 돋게 할 수는 없다. 그것은 배아의 발생 과정에 따라 형성될 수 있을 뿐이다.

돌연변이는 적응적 개선의 방향으로 체계적으로 편향되어 있지 않으며, 이 의미에서 무작위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돌연변이를 유도하는 어떤 메커니즘도 (온건하게 표현하자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돌연변이는 다른 모든 측면에서는 무작위적이지 않지만 적응적 유리함이라는 측면에 대해서만 무작위적인 셈이다. 진화를 유리함이라는 측면에서 무작위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는 힘은 선택, 오직 자연선택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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