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

이 나라에서 애 낳아 키우는 사람들 보면
용감하다는 생각도 들고
무모하다는 생각도 들고 -_-;
어쨌든 난 못합니다.


PART I.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과격한 테러나 정치단체보다 더 치명적인 청년들의 반격은 바로 스스로의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란 점이다. 이는 소비로 지탱되는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기성세대가 보유한 자산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청년들의 가장 무서운 반격에 해당한다.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지속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나라들은 경제발전 단계가 비교적 낮은 나라들뿐이다. 일본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는 사회간접자본이 이미 포화상태에 가깝기때문에 추가적인 사회간접투자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득은 크지 않다. 그런데도 일본 정치인들은 당장 자신의 임기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가 큰 건설투자에만 매달렸다. 더구나 정치인들도 일본 경제의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건설경기 부양 예산을 자신의 지역구로 끌어오기에만 급급했다.

지금의 일본처럼 노인복지 비용을 모두 빚으로 조달하다가는 머지않아 곧 경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노인복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재원을 감당할 수 있는 청년들의 인구와 그들의 소득수준이다. 청년들에게 불리한 경제체제와 사회복지 시스템으로 그들의 소득기반이 흔들리면 나라 경제 전체가 급속도로 위축될 수 밖에 없다.

PART II. 2030 vs 5060 무엇이 우리를 싸우게 하는가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기성세대는 젊은층이나 미래세대를 위한 복지투자가 ‘무상복지’라며 매우 인색하게 굴고 있다. 같은 ‘무상복지’인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나 기초연금 지출에 대해 한없이 관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한 복지투자는 장기투자이기 때문에 비록 회수 기간이 길기는 하지만 기성세대가 은퇴 이후에 모두 돌려받을 수 있으므로 결코 ‘무상복지’가 아니다. 특히 넘쳐나는 자본에 비해 투자할 곳이 줄어드는 성숙한 경제에서는 청년복지가 가장 효율적인 투자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고 그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희생하는 우리나라임에도, 자녀세대를 위한 복지투자에는 참으로 인색하다. 고령층을 위한 복지지출에는 비교적 관대한 것과 달리 젊은 세대의 복지를 위한 투자는 꺼리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연금 추계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이 2043년에 256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록했다가 17년 뒤인 2060년에는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매우 낙관적인 전망이다. 합계출산율이 지금보다 높은 1.42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가정한데다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을 3년 만기 우량기업의 회사채 수익율보다 10%나 높은 수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도 미래세대를 위한 복지지출이 ‘가장 효율적인 투자’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데다 기성세대에 비해 정치적 목소리도 약하기 때문에 정치권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 한국의 공식 국가부채는 2011년 기준 국내총생산 대비 37.9%로, 80%대인 OECD평균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 수치만 보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한국만의 기형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공기업부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기업부채는 정부부채에서 제외되어 일단 나라 빚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지만, 국극적으로는 정부의 부담인 만큼 모두 국가부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부채와 공기업부채를 모두 합하면 한국의 국가부채는 GDP대비 75.2%까지 올라가서 위험 수위에 이르게 된다.

모든 자산을 부동산에 쏟아부은 탓에 베이비부머들의 자산구조는 심가하게 왜곡되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의 평균자산은 3억9600만원이지만 그중 6900만원이 빚이기 때문에 순자산은 3억2700만원이고,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 가격은 3억200만원이다. 즉, 베이비부머의 순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2%에 이르는 것이다. 이는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이 자신의 모든 자산을 부동산으로 바꾸어놓는 바람에, 당장 꺼내서 쓸 수 있는 금융자산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전까지는 부동산 값이 계속 올랐기 때문에 베이비부머들은 이런 자산 구조의 문제점을 알아채지 못했다. 집값만 오르면 부채구조는 곧 해소될 수 있다고 여겼던 탓이다. 하지만 2010년을 넘어서면서 부동산값이 상승이 완전히 멈추자 그제야 자신들이 빚에 쪼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청년층의 실제 실업률은 더욱 암울하다. 현재 국제노동기구(ILO)방식으로 실업률을 조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업률 통계는 허상이나 다름없다.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고작 주당 1시간만 일을 해도 취업자로 분류되어 실업자 통계에서 빠지는데다, 4주 연속으로 구직 활동에 나서지 않은 사람도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실질적인 실업 상태에 있는 청년들 중 상당수가 통계에서 누락되는 셈이다.

PART III. 대한민국, 어떻게 세대전쟁을 넘어설 것인가

졸업한 청년들이 곧바로 취업하지 못하면 생산성을 올릴 기회를 잃어버려 경제 전체의 생산성 측면에서 손해를 보게 되지만 기성세대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청년들에게 직장을 제공하면 청년들은 생산성을 향상시킬 기회를 갖게 되어 전체 경제의 생산성도 높아진다. 이는 미래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제공했던 기성세대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오게 된다.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서야 경제적 기반을 마련한 베이비부머들은 힘들고 가난했던 젊은 시절을 보냈다는 박탈감과 강박관념이 컸기 때문에 당연히 지금의 청년들은 자신들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기성세대가 이제껏 목격해온, 끝없이 성장하는 경제 환경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청년들이 사는 경제 환경은 정점에서 곧 무섭게 내려올 롤러코스터와도 같다. ‘오늘’을 젊은이들이 ‘어제’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난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개별기업의 합리적인 단기이윤 추구가 미래경제 전체의 부를 파괴하는 매우 장기적이고 거대한 외부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 외부효과를 줄여야 하지만 시장은 이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 만약 어떤 기업이 홀로 단기이윤추구에서 벗어나 경제 전체의 해를 끼치는 외부효과를 줄이려고 시도한다면, 그기업만 이윤이 줄어들어 시장에서 퇴출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 대대적인 시장 개혁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한국 부동산 부양책의 핵심은 결국 청년들이 집을 사도록 유도하고, 기존 주택 소유자인 베이비부머들이 집을 팔지 않게 하는데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싼 집값을 감당하기에는 젊은 세대의 소득이 너무 낮기 때문에 이런 정책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미래소득이 오를 희망도 거의 없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은 집을 사기 위해 많은 빚을 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집값이 유지되는 이유는 베이비부머들이 아직 집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대한 심리적 애착이 청년들보다 훨씬 강한 그들은 평생에 걸쳐 집값이 오르는 것만을 보아왔기 때문에, 집값 하락에 대한 두려움보다 집을 팔고 난 후에 집값이 오르는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이 때문에 은퇴 이후에 소득이 없더라도 집을 팔기보다는 빚을 더 지더라도 집을 유지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많은 OECD국가들이 무상보육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하는 이유는, 경제도약 단계가 끝나 이미 성숙 단계로 접어든 경제에서는 무상보육을 대체할 만한 효율적인 투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무상보육 제도를 흔들어 불안감을 증폭시키면, 1달로로 16달러를 가져오는 놀라운 투자효과는 사라지고 무상보육 투자를 단순한 비용으로 전락시킨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무상보육제도를 믿고 누가 출산을 늘리겠는가? 우리는 쓸데없는 정쟁으로 시간을 낭비하면서 경제를 되살릴 ‘기적의 투자기회’를 헛되이 버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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