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유명산 패러글라이딩. 3월 31일

겨울동안 비행을 소홀히 했더니 계속 감이 좋지 않다.
써멀링은 커녕 이것이 정녕 내가 타고 날던 기체인지..
착륙할때 땅은 왜 이리 날 덮쳐오는건지.
기체가 조금 흔들리면 왜 이리 정신이 아득한지. 뇌기능 정지 상태.

어제도 제대로된 비행을 하지 못했고..
이 상황을 극복하는건
되든 안되든 일단 비행을 지속적으로 해서 몸에 익숙하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겠다 싶어
오늘도 비행하러 ㄱㄱ.

지하철에서 성OO님을 만나고,
오늘은 별로 회원이 없겠다.. 싶었지만 패러러브 사무실에 가보니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 첫번째 비행 >

오전 첫비행.
리…리버스 이륙을 하란다.
지금 제대로 떴다 내리는것도 잘 될까 말까인데 리버스 이륙이라니;;
뭐 어쨌든 하라니까 시도는 하는데 라이저를 꽉 잡은 손이 움직이질 않는 사태.
이놈의 기체가 이리저리 날 끌고 가는게 무섭다. 무섭다고!

어찌어찌 정교관님이 날 휙 돌리니 바로 떠버리고, 이 아자씨 날 뒤에서 확 밀어 던져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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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는 아직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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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ㅡ_;;

음 ㅡ_… 어쨌든 생애 첫 리버스 이륙을 하긴 했다 ㅡ_;;;.
흔들린다.
중간에 상승스러운게 한번 있다.
모른다. 배째. 난 아직 너하고 친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아니하였다.

한쪽으로 무지 흘러가고 흔들리는 기체를 잡으며
문득 내 자세를 보니 오른쪽으로 엉덩이를 꽈악~! 누른 상태에서
왼쪽 조종줄을 오른쪽보다 조금 더 당겨놓고 있다.
엥?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
분명히 몸 바로. 조종줄 바로. 하면 안되니까 몸이 이래 반응을 하고 있을텐데
대체 왜 이러고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내려가서 뇌가 움직일때 생각해보자..라고 짜증스럽게 체념할 즈음 기류가 안정되고
체중 바로 좌우 조종줄 바로 -_-;
역시 뭔가 이유가 있긴 있었는데;; 에휴;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측풍이 불어오는 상황에 진행방향 맞추려고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했던)

쫄~!을 타고 어찌어찌 착륙을 했다.

< 두번째 비행 >

다시 훠이훠이 산을 오른다.
다행히(?) 무풍이다 -_-;
리버스 연습을 할 수 없는데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전방으로 냅다 뛰어 이륙.

구름도 걷히고 해가 머리위로 올라와 상승이 빵빵 있을터..
잘 타고 올라갈 수 있을까.

이륙장 근처. 상승이다. 한바퀴 돌려본다. 빠졌다.
이 앞에서 헤매고 있으면 민폐라고 자기 합리화를 시키며 앞으로 나간다.

다시 상승이다.
한바퀴. 두바퀴. 눈 밑에 산과 나무들이 휙휙 스쳐지나간다.
아놔 ㅠㅠ 무섭다.
분명히 상승을 하긴 했는데 한번 돌릴때마다 산이 덮쳐오는 느낌이다.
다시 도망친다.

전진.
다시 상승. 아까보다 세다.
한바퀴. 두바퀴. 세바퀴. 코어인가보다. 날 확 잡아 끌어올린다.
예전엔 코어에 진입해서 휙 끌어올려지면 꺄아아악 >_<!! 기쁨의 탄성을 지르며
이를 악물고 버티다 빠지면 울며 나왔건만.

오늘은.
코어에서 휙 잡아 올려지는 순간. 아아악!! 싫어! 공포의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빠져나왔다.
아…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하구나… 하며 다시 전진.

상승이다. 돌린다. 역시 무섭다.
소리내서 스스로를 진정시킨다. “괜찮아 괜찮아.”
무서운 감정에 딸려가지 않고 집중하기 위해서 뭘 해야하는지 소리내어 말하면서 회전한다.

“조종줄 당기고.” “반대쪽 잡고.” “산은 아직 멀어. 괜찮아.”
그런데 자꾸만 날개끝이 푹푹 접히고.
체중을 자꾸 뺏겨서 날개끝이 접힌다고 무전이 들어온다.

고도가 많이 낮아졌다. 그냥 착륙장으로 들어간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찌 걱정된다.

< 세번째 비행 >

낮. 거칠다. 탠덤도 쉬이 뜨질 못한다.
우린 점심먹고. 열기류가 죽을때까지 기다리다 올라간다.

다시 리버스 이륙 -_-;;;; 시킨다;;;;
돌아서기 싫은건 아닌데 견적이 안나온다. 아무리 봐도 돌아설 공간따위 없다.
걍 머리속이 하얗다.
이륙 못하고 버티고(?) 있으니 쌤이 진짜로 날 강제로 휙 들어 돌려버린다;;;

일단 앞을 보고섰으니 뭐 -_-; 냅다 뛰면 뜬다 ㅋㅋㅋㅋ
얼마 나오지 않았는데 상승이 있다.
돌린다.
아까 점심때보다 훨씬 부드럽다.
살살 올리고 있는데 자꾸 산 뒤로 밀려간다.
밀려가지 않으려고 앞으로 전진하면서 회전한다고 하는데 계속 밀려서 이제 완전히 산 뒤쪽.
이륙장이 저 앞으로 보인다.
줵일;; 무섭다;; 써멀을 버리고 냅다 앞으로 전진.

약간 앞으로 나오니 써멀이 또 있다.
살살 타고 올라가본다.
아까보다 덜 밀리고, 써멀이 부드러워서 타기도 좋다.
올라갈수록 뒤로 상당히 산 뒤로 밀려갔지만 고도가 꽤 확보되어서 그닥 무섭진 않다.
금방 1000m를 뚫고, 1500m까지 올라간다.
1500m를 넘고 나니 더이상 상승이 되지 않는다.

상승도 멈췄겠다, 산 뒤에서 빠져나오기로 결정.
악셀을 밟고 앞으로 나오는데 저쪽에 우리 팀 기체처럼 보이는게 있다.
훗 ㅡㅡ^ 나도 절루 가볼테다.

오… 역시 상승상승.
다시 열심히 올려본다. 여기도 1500m넘어서는 더이상 올라가지 않네.
악셀을 끝까지 빡~! 밟아야 20km/hr 가 간신히 넘는 속도.
내 뒤쪽의 기체가 뒤로 심하게 밀리는 느낌이라 걱정이 된다.

앞으로 밟고 나오는데 1200m정도에서 꽤 센 상승구간이 있었지만 기체가 너무 흔들린다.
난 아직 이런 서멀에 적응할 준비는 되지 아니하였다 ㅠㅠ
얼릉 ㅌㅌㅌㅌ 도망.

양평-유명산-패러글라이딩-3월31일-4

1시간 가량의 비행을 마치고 착륙 준비중

무시무시하게 뒤로 드리프트 되긴 했지만 ㅡ_;;
겨우내 떨어져버린 감이 이제 돌아오기 시작해서 그정도로 만족.
새벽까지 비가 오고나서 봄 답지 않게 부드러운 서멀이 형성되어
무섬증을 극복하고 올라가는데 정말 도움이 되었다..

내려와서 비행시간을 체크해보니
time in movement: 58분 33초
flight duration: 1시간 6초.

양평-유명산-패러글라이딩-3월31일-3

1시간을 넘었다고 우기려면 우길수도 있지만 애매…한 시간.
1200m 구간에서 만난 덜컹거리는 서멀에서 쫄지 않고 한번만 잡고 올라갔다면
누가 뭐랄것 없이 1시간이 넘었을 비행시간.

이제. 무섬증은 그만 버려두고 올라갈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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